■ 도입부: 채무 발생 전의 일상적인 삶

지금은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고 있는 31살 남성입니다. 원래는 그림보다는 음악 쪽에 더 큰 꿈이 있었죠. 20대 초반, ‘한 번뿐인 인생이니까 후회 없이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음악을 하고, 무대에 서는 꿈을 품고 6년 가까이 버텼어요.

당시엔 하루하루가 힘들면서도 설렜습니다. 낮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고, 밤엔 연습실에서 녹초가 될 때까지 춤과 노래를 연습했죠. 데뷔 기회가 잡힐 것 같은 순간도 있었지만, 끝내 현실의 벽은 높았고, 연습생 생활은 점점 제 삶을 갉아먹는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 전개: 채무 발생과 악화 과정

본격적으로 빚이 쌓이기 시작한 건 20대 중반쯤부터였습니다. 연습실 대관료, 보컬 레슨비, 장비 구입비, 프로필 촬영 등… 활동 비용이 계속해서 들어갔고, 정식 소속사가 없는 상태라 그 모든 걸 제 스스로 해결해야 했죠.

처음엔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감당했지만, 점점 부족해지자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가족에게도 도움을 받았지만, 그게 반복되면서 마음의 빚도 함께 커졌어요. 결국 총 채무는 3,900만 원까지 쌓였습니다. 카드사 1곳과 가족 채무가 대부분이었죠.

더 큰 문제는, 데뷔 기회가 점점 멀어졌고 그와 함께 제 자존감도 무너졌다는 점입니다. 음악을 향한 열정은 여전했지만, 현실은 계속 등을 돌렸고, 주변 친구들은 안정된 직장이나 결혼으로 삶을 꾸려가고 있었습니다.

■ 위기: 개인회생 결심까지의 상황

마침내 연습생 생활을 그만두고, 진로를 바꿔 일러스트를 배워 프리랜서로 전향했지만, 이미 쌓인 빚은 무시할 수 없는 무게였습니다. 매달 카드값에 쫓기다 보니 일에 집중하기도 힘들었고, 가족에게 손을 벌리는 일도 더는 할 수 없다고 느꼈어요.

결정적인 계기는, 어머니가 조용히 제 신용카드 독촉장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본 날이었습니다. "이제는 너 자신을 먼저 살펴야 하지 않겠니?" 그 말이 꽂혔습니다. 그날 밤, 한참 고민하다 처음으로 ‘개인회생’이라는 단어를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상담을 신청하기까지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내가 망한 건가?’, ‘도망치는 거 아냐?’라는 생각도 있었고요. 하지만 상담실 문을 열었을 때, 뭔가 풀릴 수 있겠다는 희미한 희망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 해결: 개인회생 진행 과정

개인회생 상담부터 법원 인가까지는 약 5개월이 걸렸습니다. 프리랜서이다 보니 수입 증빙이 까다로웠지만, 최근 6개월간의 정산 자료를 꾸준히 정리해 제출했고, 변제계획도 그에 맞춰 세웠습니다.

월 변제금은 23만 원으로, 총 3년간 상환하는 조건으로 법원 인가를 받았습니다. 그 순간, 정말 눈물이 날 만큼 안도감이 밀려왔어요. 혼자 끌어안고 있던 무게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겠다는 느낌이었죠.

법원 출석도 잊을 수 없습니다. 판사님 앞에서 왜 개인회생을 신청하게 되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계획인지 직접 말해야 했거든요. 제 인생을 돌아보며 ‘실패한 청춘’처럼 느껴졌지만, 솔직하게 말하면서 오히려 제 자신을 다시 다잡는 계기가 됐습니다.

■ 결말: 현재의 변화와 희망

지금은 변제 2년 차입니다. 매달 빠짐없이 납부하고 있고, 생활은 여전히 빠듯하지만, 감당 가능한 선에서 꾸려가고 있습니다. 일러스트 작업도 점점 자리를 잡고 있고, 몇몇 클라이언트와는 장기 계약도 맺게 됐어요.

무엇보다 ‘빚에 쫓기지 않는 삶’이라는 게 얼마나 큰 해방감인지 매일 느낍니다. 예전엔 눈을 뜨는 순간부터 머릿속에 카드결제일이 떠올랐다면, 지금은 어떤 그림을 그릴지 고민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앞으로는 제 작업물을 활용한 독립 출판이나 굿즈 브랜드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음악을 향한 꿈은 놓았지만, 표현이라는 점에서는 그림도 같은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라며 자책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개인회생은 회피가 아니라 회복의 시작입니다.